네덜란드에서의 직장생활 2 - 단점

지난 포스팅에서는 네덜란드에서의 일하는 모습은 어떤지 좋은점을 위주로 작성을 해봤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아쉬운 점들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물론 매우 개인적인 견해이기 때문에 이렇게 느끼지 않거나, 이것들이 단점이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네덜란드에서 일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 알고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천하태평 마인드셋

워라밸 좋은 것과 약간 트레이드오프가 있는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일에 대한 압박감이 있는 한국이나 업무 환경 자체가 경쟁적인 미국에 비해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회사들은 대부분 굉장히 chill하다. 덕분에 개인 삶이 존중되고, 휴가도 마음껏 쓰고 하는 것이겠지만, 가끔은 이 부분이 본인이 해야할 일을 제대로 해내지 않거나 책임감 없는 모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답답하고 짜증이 날 때가 있다.

나의 경우 유럽연합에 속한 국적이 아닌 외국인이라 계약서 작성 후 워크 비자를 신청해야 하는데 (보통 회사에서 알아서 해준다), 입사일 1주일 전까지도 비자에 관한 아무런 연락이 없길래 불안해서 문의를 했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인사 담당자가 당시에 휴가중이었는데 인수 인계가 잘 안돼서 비자 신청 하는 것을 까먹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천하태평함은 공무원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비자 신청하고 나오기까지는 한참이 걸린다. 회사에서는 엄청 미안해하며 비자가 아무래도 제때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첫 월급을 두번째 달에 같이 줘도 되겠냐 하고 말을 하는데 나는 그냥 이렇게 중요한 문제가 제때 처리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났다. 다행히 IND(네덜란드 이민국) 측에서 사정을 봐 줬는지 입사일 부터 비자가 유효하게 나오긴 했지만, 8월15일 입사한 나는 10월 말이 되어서야 새 거주증을 받아볼 수 있었다. 

내가 운이 안좋았던가 라고 생각을 했지만, 비슷한 문제는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었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 온 내 동료 중 한명은 세금 감면 (30% ruling) 을 위한 어떤 절차가 필요해 인사팀에 이것저것 문의를 하는데, 답장이 매우 느리거나 성의없는 답변을 받았고, 늦게나마 그들이 작성해서 준 양식에는 틀린 정보들이 꽤 있어 직접 확인후 수정해야 했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부분이 내게 불안감과 위기감을 주기도 한다. 특히 엔지니어로서 끊임없이 나아가고 발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 곳에는 끊임없이 나아가려는 사람들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다 그런것은 아니고 정말 열심히 살고, 야망 있고, 똑똑한 사람들도 많지만, 비교적 많은 수의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특히 환경에 영향을 잘 받아서 주위에서 열심히 달리면 더 동기부여도 되고 열심히 하게되는 편인데, 주변 환경이 태평한 것을 보면 나도 이렇게 태평해도 되나 싶다가도 뒤처질까 불안하기도 하다.나는 다행이 매니저를 잘 만나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도입하는데 있어서 매우 진보적이고 매니저가 푸시를 하는 편이기도 한데, 여전히 옆에서 열심히 달려가고 함께 스터디를 하고 할 동료들이 없다는 것은 아쉽긴 하다.

물가 수준에 따라주지 않는 급여 수준

네덜란드에서 "적당한" 삶을 살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그리고 세금도 엄청 많이 떼어간다. 물론 나는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이쪽 계열의 급여를 기준으로 볼 수 밖에 없는데, 전 세계적으로 엔지니어의 몸값이 올라가는 이 시기에 물가가 낮고 세금은 덜 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급여가 그렇게 높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특히 최근 들어 링크드인에 유럽 엔지니어 급여 개선이 필요하다는 글이 많이 올라오기도 한다.

암스테르담이나 헤이그 같은 대도시가 아닌 비교적 소도시에서, 그것도 중앙역이나 시내 앞도 아닌 어느정도 떨어진 곳의 약 32 제곱미터의 원룸에 사는 나는 물세 전기세를 제외한 월세만 한달에 약 1000유로(한화 약 140만원)를 지불하고 있다. 집을 쉐어하는 스튜던트 하우스에 너무 진절머리가 난 나는 반드시 원룸으로 옮기고 싶어 울며 겨자 먹기로 이 돈을 내고 있다. 그렇다고 집을 쉐어하면 저렴하느냐? 그렇지도 않다. 학생이 아닌 신분에서 괜찮은 집을 쉐어하려면 대도시는 700유로(한화 약 100만원)는 그냥 넘어간다. 

고정 지출이 월세만 있느냐, 당연 아니다. 휴대폰 요금은 한국보다는 저렴한 저렴한 편이지만 약 15유로 정도, 건강 보험료도 약 150유로(한화 약 20만원) 정도 달마다 나간다. 식비는 장을 봐서 요리를 해 먹으면 그렇게 많이 나가지는 않지만, 외식 한 번 할때마다 돈이 훅 훅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외 차를 몰면 기름값(회사에서 주는 km당 19센트가 있지만 사실 지금 기름값에 비하면 새발에 피다)과 세금, 주차비용이 추가로 나가고, 기타 보험 든 것이 있으면 추가로 나가고, 기타 운동이나 취미생활 비용, 자주 하지도 않는 쇼핑비용 까지 하면 자동으로 근검절약 하게 된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천하태평하게 일하면서 급여까지 높으면 도둑놈 심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냥 열심히 일하고 더 받는게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더치 동료들 사이에서 느끼는 외로움

인터네셔널 비율이 높은 회사들에는 해당되지 않을 수 있겠다. 하지만 대부분이 더치인 우리 회사에서는 나를 비롯한 다른 외국인 직원들이 종종 외로움을 느끼는 듯 하다.

나는 사실 말 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대화에 끼지 못하는 것에 서운함을 느끼거나 하는 것은 없지만, 가끔씩 그들의 농담 코드와 맞지 않아 함께 웃지 못하거나, 더치로 얘기를 할 때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아쉽기는 하다. (4년차 생활 하면서 네덜란드어 못하는 것은 내 잘못이지만... 너무 어렵다ㅠㅠ)  다른 부서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외국인 직원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 친구도 가끔 팀별로 점심을 먹거나 하면 다들 더치로 이야기를 해서 소외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래도 4년째 살고 있다고 나는 더치들의 비언어적인 습관이나 행동에 많이 익숙해져있는 상태였는데, 체코에서 막 이사온 내 동료 중 한명은 다른 더치 동료가 무표정을 하고 있거나 무뚝뚝한 모습을 할 때면, 화가 났거나 본인이 무언가를 잘못했다고 생각하여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더치들은 굳이 필요하지 않을때 미소지으며 말하거나 친절하게 구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가끔 무뚝뚝하고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는 절대 꿍한게 있거나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것. 문화에 따라 충분히 오해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네덜란드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단점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 인데, 사람에 따라 별게 아닐 수도,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 생각이 된다. 나는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이 되어 일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지만, 내 동료 중 한명은 실제 네덜란드 생활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를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를 덮을만한 좋은 점들도 많이 있으니 네덜란드 취업을 고려하시는 분들은 본인의 성향과 이곳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여 신중한 결정을 하시기 바란다. 아직 경험이 없다면 그냥 한번 경험 해보는 것도 나는 적극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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