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의 직장생활 1 - 장점
작년 여름, 네덜란드에서 학부를 무사히 졸업 하고 8월부터 데이터 엔지니어로 일을 시작했다.
학생 시절 한국에 있는 스타트업에서 첫 인턴은 약 7개월, 두번째는 방학때는 풀타임, 학기중에는 원격 파트타임으로 3년 이상 일한 경험이 있다. 두 회사 다 IT 스타트업이었기에 자유로운 분위기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감사한 시간이었고 매우 만족하며 근무를 했었다.
하지만 네덜란드 회사를 다니다 보니 역시 워라밸이나 기업 문화에 있어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고, 다시 한국가면 숨이 막혀서 일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고 네덜란드에서도 단점이나 답답한 부분들도 많이 있다. 어딜 가나 완벽한 곳은 없으니. 본인 성향에 따라 어디가 더 잘 맞을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나는 그저 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네덜란드 회사
내가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는 (본사기준) 90% 이상 네덜란드인으로 구성된 네덜란드 회사이지만 전세계에 지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영어만 사용하는 데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출근시간은 보통 9-5시 이지만 조금 일찍 혹은 늦게 출근, 퇴근해도 전혀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
보통은 주 40시간 근무를 하지만, 동료 중에 주 36시간으로 계약을 해서 금요일에는 오전만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출근 복장은 완전 자유는 아니고 business casual 인데, 남자 직원들은 보통 수트를 차려입지만 청바지에 셔츠 정도도 괜찮은 분위기이고 (무역 회사라 특히 trader들은 꼭 수트를 차려입는다), 여자 직원들은 원피스나 블라우스에 치마나 바지를 입는 것 같다. 금요일은 캐주얼하게 입어도 된다 해서 다들 티셔츠에 바지를 막 입고 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아주 자유로운 분위기의 IT 스타트업에만 있었던 나는 이 점이 매우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주 2회만 출근, 나머지는 재택을 하고 있어서 부담이 많이 덜어진 편이다 :)
점심 식사
우리 회사는 점심이 회사에서 나온다.
하지만 많은 더치 회사들이 점심을 제공하지 않아 도시락을 싸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회사는 뷔페(?) 식으로 해서 신선한 채소류(샐러드), 볶은 채소류와 쿠스쿠스 혹은 면, 수프, 다양한 종류의 빵, 빵에 넣어먹을 각종 소스와 치즈, 햄종류, 잼류, 요거트와 크박(quark)에 그래놀라류, 그리고 마실것으로 주스와 우유가 고정으로 있고 이 안에서 메뉴가 매일 바뀐다.
아마 점심 잘 나오는 것이 이 회사 다니는 최고 장점이 아닐까 :)
보통 점심은 팀별로 먹는 편이고 점심 후에는 산책을 나간다. 나는 불편한 신발을 신은 날이면 산책을 가지 않기도 하는데 물론 이도 전혀 눈치볼 것 없이 자유롭게 하면 된다.
휴가 사용하기
휴가는 보통 연 25일이 주어진다. (주변에 연봉은 조금 낮지만 연 40일 휴가를 주는 회사도 있다!)
휴가를 사용하려면 휴가 계획을 하고, 매니저에게 살짝 언질을 주고 (주요 프로젝트 시기 조절 등을 위해) 보통은 괜찮다고 하면 인사 시스템에 휴가를 기록한다.
휴가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전혀 눈치보지 않아도 되며, 특히 여름 휴가 시즌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2-3주씩 휴가를 쓰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굳이 긴 휴가를 내지 않았던 나는 지금 휴가가 남아돌고 있어 다 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하핫..
나의 경우 얼마 전에 한국에 다녀오기 위해 2주 휴가를 사용했는데 매니저에게 2주 휴가를 써도 괜찮겠냐 물어보니 이왕 한국 가는거 재택 하면서 더 오래 있다 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덕분에 감사히도 나는 1달정도 여유롭게 한국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교통비 / 휴가비
교통비는 보통 집과 회사의 거리에 따라 km당 0.19 유로씩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모든 회사에 있는 옵션이다.
차가 없는 나 같은 경우에는 이 옵션 대신 교통카드 (NS business) 를 받아 사용하며 모든 대중교통비를 지원받고 있는데 이 옵션이 없는 회사도 있을 수 있다.
휴가비는 holiday allowance 라고 전년도 임금의 최소 8%를 지급하도록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계약할때 연봉에 holiday allowance가 포함 돼있다고 하는 경우도 있으니 잘 확인하도록 하자!
기업문화
네덜란드 회사도 회바회겠지만 우리 회사는 굉장히 사람을 중요시하고 팀워크를 중요시한다.
회식은 한국처럼 잦지는 않지만 매주 금요일에 borrel 이라고 한 주간 수고한 후 금요일밤의 시작을 즐기기 위해 라운지에 각종 맥주와 와인, 스낵들이 세팅된다. 우리 회사는 보통 오후 5시쯤 시작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이도 원할 경우에만 참석하면 되고, 나의 경우도 일찍 퇴근하는 것이 맥주 한잔의 즐거움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에 보통은 집에 가는 편이다.
팀 별 액티비티도 가끔 (반년에 한번 정도) 하는 편인데 나의 경우 입사할때 미로체험 같은 것을 한 후 같은 건물 루프탑 바에 가서 친목을 다졌었고, 얼마전 전체 IT팀 액티비티로는 VR체험을 하러 가기도 했다.
회사 전체 액티비티로는 1년에 한번정도 금요일 전체를 빼고 사파리나 래프팅을 하러 갔다가 저녁엔 바베큐와 파티로 1박2일을 (1박은 선택) 보내기도 한다.
직원들의 자기 개발, 성장을 위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예를 들면 금요일 오전은 자기개발 시간으로 빼두고 본인의 공부를 하는 경우도 있고 나만 해도 수요일 전체는 데이터 엔지니어링 트레이닝을 받는데 시간을 쏟고 있다. 사내 스터디도 무조건 퇴근 시간 후 해야했던 한국 회사와는 비교가 되는 모습이다..
이외에도 전반적으로 개인이나 가족이 회사보다 훨씬 중요하고, 이를 서로 존중해주는 편이다. 개인적인 일이나 가족 일로 인해 재택을 해야하거나 갑자기 휴가를 써야할 때 전혀 눈치보거나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꼭 이런 일이 있지 않아도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그리고 이것도 회사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내가 있는 회사에서는 이익을 위해 비윤리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으며, sustainability를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투자도 많이 하고 있는 편이다. 이런 점들은 회사를 직원들을 갈아 돈만 쫓는 존재라는 기존에 갖고있던 내 생각에 큰 충격을 주었다.
실제로도 나는 회사를 너무 만족하며 다니고 있고 이렇게나 좋은 점들이 많다는 것에 참 감사하다. 하지만 어디에나 단점은 있는 법, 다음에는 아쉬운 점들에 대해 포스팅을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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